인스타 팔로워 구매 [정동칼럼]정부는 자신의 연금개혁안을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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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팔로워 구매 21대 국회가 다음주 임기를 마친다. 끝내 연금개혁 입법 없이 문을 닫을 듯하여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와 국회가 각각 연금개혁 관련 위원회를 1년 이상 운영하였고 나아가 시민대표단이 참여하는 공론화 작업까지 진행하였으니 허탈할 수 있다. 이러다 연금개혁이 한참 실종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럼에도 성과는 분명 있다. 여야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3%로 올리자고 의견을 모은 건 중요한 진전이다. 이후 이 합의를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고 보장성 방안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된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22대 국회로 넘기자면서 3년이나 남은 ‘임기 내에’ 연금개혁안이 확정되도록 하겠다는 건 너무도 안이하다. 정부는 22대 국회 개원 후 조속히 연금개혁안을 제출하여 논의를 이끌어가야 한다. 또한 시간이 생긴 만큼, 정부안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의 수치 조정을 넘어 미래 연금체계 청사진이 반드시 담겨야 한다. 이번에 공론화위에서 논의한 두 개 방안에 따르더라도 국민연금의 재정불안정은 여전하고 청년들은 나중에 내가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느냐고 다시 물을 수 있다. 이에 정부안은 중장기 연금체계 비전을 수립하고 이 토대 위에서 현단계 연금개혁의 위치를 설정하는 그랜드 플랜이어야 한다. 그래야 연금개혁이 미봉적 절충이 아니라 종합 로드맵에 따른 첫걸음으로 인식되어 사회적 동의도 높아질 수 있다. 연금개혁이 다소 지연된 만큼 더 풍부한 성과를 거두자는 취지에서, 정부안이 담아야 할 핵심 내용을 제안한다.
첫째, 한국에서 연금개혁은 ‘연속개혁’이어야 함을 공식적으로 밝힌다. 국민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은 한 번의 개혁으로 이룰 수 있는 과제가 팔로워 구매 아니다. 최종 목표를 제안하고 이번 개혁이 1단계 조치임을 알려야 한다. 이번에 합의한 보험료율 13%도 종착지로 가는 중간 단계로 자리매김하면, 이것이 미봉책이 아니라 산을 오르는 베이스캠프로 이해될 수 있다.
둘째, 노후소득보장은 국민연금, 기초연금, 퇴직연금을 포괄하는 의무연금 삼총사로 설계한다. 이번 연금개혁 공론화 조사에서 다수가 소득대체율 인상을 선호했듯이 자신의 노후에 대해 시민들의 관심이 크다. 이럴수록 실사구시가 요구된다. 한국 연금체계에서 보장성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면 이미 법정 제도로서 상당한 규모로 성장한 세 연금을 포괄하는 보장성 전략을 짜야 한다.
셋째, 연금체계 청사진은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하나의 틀로 종합한다. 종종 연금제도에서 수치를 조정하는 모수개혁과 급여구조 자체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양자택일로 바라보는데 이건 우선 순위의 사안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을 완전 소득비례방식으로 급여구조를 전환하더라도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모수 조정은 필요하며, 기초연금을 하위계층 중심의 누진급여제도로 재편하더라도 금액 수준은 역시 중요한 주제이다. 이처럼 미래 청사진은 수치의 모수 조정을 구조개혁의 방향에서 설명할 것이기에 연금개혁에 대한 시민들의 팔로워 구매 인식도 높일 수 있다.
넷째, 초고령사회에서 공적연금이 지닌 세대 간 계약의 의미를 재정립한다. 서구에서 공적연금이 성숙했던 20세기 중후반엔 후세대로 갈수록 노년부양 자원이 늘어나는 시기였다면 21세기 초고령사회에선 거꾸로이다. 그렇다면 향후 연금개혁은 앞세대가 뒷세대 부담을 사전에 줄여주는 세대 간 계약이어야 한다. 20세기 공적연금에선 노년부양을 당해 세대가 모두 책임지는 부과방식 재정이 유효했지만 이제는 현세대가 기금을 미리 적립하고 기금수익 효과까지 도모해야 하는 이유이다.
헌정주의에 도전하는 대통령
전쟁에 반대할 자유
윤 정부 또 하나의 시험대 ‘최저임금’
다섯째, 공적연금에서 정부 일반재정의 역할을 명확하게 설정한다. 공적연금 재정은 노사가 보험료를 분담하고 정부가 일부 지원하는 3자 책임 구조이다. 이때 정부 지원은 출산크레디트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등 ‘사회적 지원’, 기초연금 같은 비기여 제도의 ‘재정 전담’, 공무원연금에서처럼 ‘적자 보전’ 등 다양하다. 막연히 나중에 재정이 부족하면 국가가 책임진다는 국고만능론은 곤란하다. 정부안에는 공적연금 지출에서 조세 재원의 가능 범위, 노년부양에서 국고가 맡을 역할 등이 명확하게 정리되어야 한다.
과연 정부가 이런 연금개혁안을 마련할 수 있을까? 복지부 내부에서 연금청사진과 구체적 방안에 대한 정책적 검토는 상당히 이뤄졌다고 본다. 초고령사회에서 뜨거운 감자인 연금개혁은 국정 운영을 책임진 정부 몫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기존 연금개혁 논의를 완성하겠다는 책임의식을 갖고 22대 국회 초기에 미래 연금청사진이 담긴 정부안을 제시하라. 그러면 올해 안에도 연금개혁 매듭은 가능하다.
또, 그녀가 죽었다. 20대 남성 최모씨는 지난 5월6일,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헤어지자는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했다. 그렇게 한 명의 여성이 남성에게 또 죽은 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U+모바일tv엔 LG U+의 스튜디오 X+U와 MBC가 공동 제작한 다큐멘터리 <그녀가 죽였다>가 공개되었다. 이은해, 엄인숙 등 여성들이 저지른 유명 강력범죄 사건 다섯 가지를 소개하는 시리즈로, 공개된 첫 에피소드에서는 고유정 사건을 다뤘다. 여성의 죽음에 대한 소식과 죽이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 이 간극엔 회피하기 어려운 모순적 긴장이 존재한다. 한국여성의전화가 발표한 ‘2023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최소 138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교제관계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당했다. 한 해에 이토록 많은 여성이 이토록 많은 남성에게 살해당하는 나라에서 여성이 살해한 일부 사건을 그러모아 ‘그녀’라고 특정해 호명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것은 현실에 대한 왜곡된 재현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방영을 앞두고 진행한 제작진 서면 인터뷰에서 인정했듯 첫 보도자료가 나가고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그럼에도 성별을 떠나서 어떤 피해자라도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혹은 그 범죄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앞으로 좀 더 디테일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 필요성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는 게 제작진의 변이다. 그리고 지난 10일, U+모바일tv에 선 공개된 고유정 에피소드 1화가 MBC를 통해 공개됐다. 보고난 솔직한 심정은, 세상에 도움 되지 않는 물건이 심지어 지상파를 통해 방영됐다는 것이다.
미안한 얘기지만 <그녀가 죽였다>는 2019년 방영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 ‘아내의 비밀과 거짓말-고유정은 왜 살인범이 되었나?’ 편에 자극적인 디테일만 가득 덧붙인 수준이다. 가령 <그알>에선 고유정이 전남편 살해 후 김포의 한 마트에서 방진복 등을 구입하다가 덧신을 서비스로 받고 미소 지은 것을 강조하고 방영 후 언론 역시 이를 충격적이라 보도했다. 마찬가지로 <그녀가 죽였다>에선 유족 법률대리인을 통해 살인 이후에 고유정이 펜션 주인에게 ‘감사합니당’, 아들에게 ‘엄마 청소하고 올게용’이라 애교 섞인 말투를 썼다는 디테일을 추가한다. 분명 고유정은 공감 능력이나 도덕 감정이 부족한 악인이자 끔찍한 범죄자이며 조금이라도 이해나 연민을 구할 구석은 없다. 다만 이미 엽기적 과정과 범죄자 신상이 다 공개된 된 사건을 5년이 지난 현재 다시 소환해 그저 이러저런 사소한 디테일을 덧붙여 소름끼치는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구체화하는 것이 대체 이 사건을 새로이 이해하고 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데 어떤 기여를 할지 조금도 알 수 없을 뿐이다.
<그녀가 죽였다> 제작진이 자사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인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자랑한 단독 보도의 역할이 의심스러운 건 그래서다. 1화에선 고유정의 자필 메모와 범행 후 사건 현장을 팔로워 구매 찍은 고유정의 사진이 단독으로 공개되었다. ‘신상공개 가만 안 둔다’ 같은 메모로부터 그의 뻔뻔함을, 현장 사진을 찍어 증거를 남긴 것으로부터 전문가가 지적한 완전범죄가 가능할 것이라는 과도한 자존감에서 비롯된 범행의 퇴행을 읽어낼 수 있다. 하지만 그래서 무엇이 달라지는가. 고유정의 죄의식 부재는 수없이 반복해 소개됐고, 계획범죄에 대한 그의 과신과 태연함 역시 고유정의 사이코패시함을 방증하는 단골 소재였다. 제작진은 여성 범죄의 특이성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고 여자인가 남자인가가 중요하다기보다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 여성 범죄에 집중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밝혔지만, 단독 보도를 통해 여성 범죄의 맥락을 이해할 새로운 통찰이나 사회적 원인을 밝혀내기보단 반복되어 소비되는 고유정의 캐릭터와 그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증폭할 뿐이다. 여성 범죄의 남성 범죄에 비해서 계획적이고 잔혹한 면을 강조하지만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가 친밀한 관계에서의 살인에 대한 사례들을 연구한 <이웃집 살인마>에선 여성들이 일반적으로 배우자보다 작고 약하기 때문에 공격을 당하면 방어하기가 어렵고 그 결과 학대받는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배우자가 취했을 때나 자고 있을 때처럼 취약해졌을 때 살인하느라 정당방위 적용이 어려워지는 부조리에 대해 말한다. 여성 범죄에서의 계획범죄와 고의성을 고유정 같은 악랄함으로 환원하는 건 외려 제작진이 강조한 연구의 디테일을 왜곡한다. 앞으로 <그녀가 죽였다>가 단독 공개할 엄인숙의 사진, 이은해 사건 피해자가 계곡으로 다이빙하기 전 찍힌 동영상 등에 대해서도 비슷한 의문이다. 물론 엄인숙이 미인이라는 것이, 이은해 사건에서 범행 직전의 순간을 직접 확인한다는 것이 어떤 악의 심원에 다가간 기분을 줄 수는 있다. 그리고 이런 기분이야말로 제작진이 여성 범죄에 대한 연구로부터 시청자를 괴리시킨다. 더 자극적이고 은밀한 디테일을 알게 되어 사건의 본질에 접근했다는 잘못된 감각. 이 지점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범죄자 목소리 재현이라는 연출 방식은 상당히 역겨워진다.
고유정이 피해자인 전남편과 함께 찍은 생일 축하 홈비디오로 시작되는 <그녀가 죽였다> 1화는 그가 아이에게 자신을 지칭한 엄마는이라는 말소리를 반복 재생하며 AI로 학습시킨 뒤 고유정의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재현한다. 고유정이고 서른일곱입니다. 피의자 신문조서에서의 발언이다. 이어 말한다. 저는 평범한 삶을 살아왔던 사람이었습니다. 의견서에 있던 문구다. 이 도입부는 <그녀가 죽였다>의 방향성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마치 범죄자가 사건에 대해 진술하는 걸 듣는 듯한 경험은 너무 직접적이라 소름끼친다.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이나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 현장을 누비는 기자 혹은 PD는 사건을 매개하는 전달자의 존재를 가시화한다. 반면 내레이션을 AI가 재현하는 고유정 진술로 대체한 <그녀가 죽였다>는 마치 매개와 해석을 거치지 않고 범죄에 대한 사실을 그대로 마주하는 듯한 경험을 준다. 하지만 두 개의 서로 다른 문서를 더해 마치 고유정의 자기소개처럼 구성한 AI 목소리가 그러하듯, 그것은 사실의 조각을 이어붙인 재구성이다. 마찬가지로 고유정의 범죄 증거들과 범행을 부인하는 그의 목소리를 교차 편집해 그의 뻔뻔함을 강조하는 것 역시 제작진의 선택이자 재구성이다. 재구성과 편집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과연 이런 구성이 사건 이해와 연구에 어떤 도움을 줄지도 알 수 없거니와, 가공되지 않은 사건의 실재를 제공하는 척하며 사건의 팩트들로부터 여성 범죄의 특수성을 해석하고 매개해야 할 제작진의 책무를 교묘히 지워버리는 사기를 치는 게 문제다.
이쯤 되면 제작진이 주장한 선한 의도가 실패했다기보다는 그냥 사후적으로 덧붙인 변명이나 거짓말 혹은 자기기만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무엇보다 굳이 여성 범죄를 따로 다룬 이유를 말하면서 동시에 성별을 떠나서 봐달라는 당부부터 모순적이었다. 그토록 수많은 남성 범죄들 사이에서 고유정과 이은해의 이름이 안 좋은 의미로 상징적 지위를 갖게 되는 것부터 이미 성별에 의해 벌어지는 사건이다. <그녀가 죽였다>에선 엄마로서 아이가 있던 장소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제주도 지역사회의 민심을 다뤘다. 그 분노를 이해 못할 건 아니지만, 2021년 동거녀의 20개월 된 딸을 성폭행하고 학대해 살해한 계부의 사건에 대해선 고유정처럼 가해자 이름이 알려지지도, 어떻게 아빠로서 그럴 수 있느냐는 비난이 따르지도 않았다. 모성의 배반에 유독 공분의 가중치가 붙는 것이 성별과 무관한 일일 수 있을까. <그알>에서 남성들이 저질러온 수많은 흉악범죄를 소개했으면서도 유독 고유정 사건이 가장 충격적이었다던 진행자 김상중의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그녀가 죽였다> 말미 피해자의 사체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폐쇄회로(CC)TV 장면에 대해 담당 형사는 저런 여자가 있구나, 세상 참 무섭다고 했고 제작진은 이 문구를 자막으로도 강조했다. 김상중이 느꼈던 충격도 그것 아니었을까. 저런 ‘여자’가 있다는 것. 수많은 남성 범죄자는 성별과 무관한 범죄자 일반이지만, 여성 범죄자는 저런 ‘여자’이자 천륜을 어긴 엄마로서 충격과 공포의 대상이 된다. 그들이 끔찍한 악인이란 것과 별개로 고유정과 이은해라는 이름이 수많은 남성을 제치고 악마성의 상징적 기호가 되는 과정은 성별을 떠날 수 없으며 실은 그것이 <그녀가 죽였다>가 만들어질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이름 모를 그녀들의 죽음엔 한없이 익숙해지면서.
▼ 위근우 칼럼니스트
그럼에도 성과는 분명 있다. 여야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3%로 올리자고 의견을 모은 건 중요한 진전이다. 이후 이 합의를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고 보장성 방안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된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22대 국회로 넘기자면서 3년이나 남은 ‘임기 내에’ 연금개혁안이 확정되도록 하겠다는 건 너무도 안이하다. 정부는 22대 국회 개원 후 조속히 연금개혁안을 제출하여 논의를 이끌어가야 한다. 또한 시간이 생긴 만큼, 정부안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의 수치 조정을 넘어 미래 연금체계 청사진이 반드시 담겨야 한다. 이번에 공론화위에서 논의한 두 개 방안에 따르더라도 국민연금의 재정불안정은 여전하고 청년들은 나중에 내가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느냐고 다시 물을 수 있다. 이에 정부안은 중장기 연금체계 비전을 수립하고 이 토대 위에서 현단계 연금개혁의 위치를 설정하는 그랜드 플랜이어야 한다. 그래야 연금개혁이 미봉적 절충이 아니라 종합 로드맵에 따른 첫걸음으로 인식되어 사회적 동의도 높아질 수 있다. 연금개혁이 다소 지연된 만큼 더 풍부한 성과를 거두자는 취지에서, 정부안이 담아야 할 핵심 내용을 제안한다.
첫째, 한국에서 연금개혁은 ‘연속개혁’이어야 함을 공식적으로 밝힌다. 국민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은 한 번의 개혁으로 이룰 수 있는 과제가 팔로워 구매 아니다. 최종 목표를 제안하고 이번 개혁이 1단계 조치임을 알려야 한다. 이번에 합의한 보험료율 13%도 종착지로 가는 중간 단계로 자리매김하면, 이것이 미봉책이 아니라 산을 오르는 베이스캠프로 이해될 수 있다.
둘째, 노후소득보장은 국민연금, 기초연금, 퇴직연금을 포괄하는 의무연금 삼총사로 설계한다. 이번 연금개혁 공론화 조사에서 다수가 소득대체율 인상을 선호했듯이 자신의 노후에 대해 시민들의 관심이 크다. 이럴수록 실사구시가 요구된다. 한국 연금체계에서 보장성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면 이미 법정 제도로서 상당한 규모로 성장한 세 연금을 포괄하는 보장성 전략을 짜야 한다.
셋째, 연금체계 청사진은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하나의 틀로 종합한다. 종종 연금제도에서 수치를 조정하는 모수개혁과 급여구조 자체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양자택일로 바라보는데 이건 우선 순위의 사안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을 완전 소득비례방식으로 급여구조를 전환하더라도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모수 조정은 필요하며, 기초연금을 하위계층 중심의 누진급여제도로 재편하더라도 금액 수준은 역시 중요한 주제이다. 이처럼 미래 청사진은 수치의 모수 조정을 구조개혁의 방향에서 설명할 것이기에 연금개혁에 대한 시민들의 팔로워 구매 인식도 높일 수 있다.
넷째, 초고령사회에서 공적연금이 지닌 세대 간 계약의 의미를 재정립한다. 서구에서 공적연금이 성숙했던 20세기 중후반엔 후세대로 갈수록 노년부양 자원이 늘어나는 시기였다면 21세기 초고령사회에선 거꾸로이다. 그렇다면 향후 연금개혁은 앞세대가 뒷세대 부담을 사전에 줄여주는 세대 간 계약이어야 한다. 20세기 공적연금에선 노년부양을 당해 세대가 모두 책임지는 부과방식 재정이 유효했지만 이제는 현세대가 기금을 미리 적립하고 기금수익 효과까지 도모해야 하는 이유이다.
헌정주의에 도전하는 대통령
전쟁에 반대할 자유
윤 정부 또 하나의 시험대 ‘최저임금’
다섯째, 공적연금에서 정부 일반재정의 역할을 명확하게 설정한다. 공적연금 재정은 노사가 보험료를 분담하고 정부가 일부 지원하는 3자 책임 구조이다. 이때 정부 지원은 출산크레디트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등 ‘사회적 지원’, 기초연금 같은 비기여 제도의 ‘재정 전담’, 공무원연금에서처럼 ‘적자 보전’ 등 다양하다. 막연히 나중에 재정이 부족하면 국가가 책임진다는 국고만능론은 곤란하다. 정부안에는 공적연금 지출에서 조세 재원의 가능 범위, 노년부양에서 국고가 맡을 역할 등이 명확하게 정리되어야 한다.
과연 정부가 이런 연금개혁안을 마련할 수 있을까? 복지부 내부에서 연금청사진과 구체적 방안에 대한 정책적 검토는 상당히 이뤄졌다고 본다. 초고령사회에서 뜨거운 감자인 연금개혁은 국정 운영을 책임진 정부 몫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기존 연금개혁 논의를 완성하겠다는 책임의식을 갖고 22대 국회 초기에 미래 연금청사진이 담긴 정부안을 제시하라. 그러면 올해 안에도 연금개혁 매듭은 가능하다.
또, 그녀가 죽었다. 20대 남성 최모씨는 지난 5월6일,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헤어지자는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했다. 그렇게 한 명의 여성이 남성에게 또 죽은 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U+모바일tv엔 LG U+의 스튜디오 X+U와 MBC가 공동 제작한 다큐멘터리 <그녀가 죽였다>가 공개되었다. 이은해, 엄인숙 등 여성들이 저지른 유명 강력범죄 사건 다섯 가지를 소개하는 시리즈로, 공개된 첫 에피소드에서는 고유정 사건을 다뤘다. 여성의 죽음에 대한 소식과 죽이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 이 간극엔 회피하기 어려운 모순적 긴장이 존재한다. 한국여성의전화가 발표한 ‘2023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최소 138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교제관계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당했다. 한 해에 이토록 많은 여성이 이토록 많은 남성에게 살해당하는 나라에서 여성이 살해한 일부 사건을 그러모아 ‘그녀’라고 특정해 호명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것은 현실에 대한 왜곡된 재현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방영을 앞두고 진행한 제작진 서면 인터뷰에서 인정했듯 첫 보도자료가 나가고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그럼에도 성별을 떠나서 어떤 피해자라도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혹은 그 범죄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앞으로 좀 더 디테일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 필요성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는 게 제작진의 변이다. 그리고 지난 10일, U+모바일tv에 선 공개된 고유정 에피소드 1화가 MBC를 통해 공개됐다. 보고난 솔직한 심정은, 세상에 도움 되지 않는 물건이 심지어 지상파를 통해 방영됐다는 것이다.
미안한 얘기지만 <그녀가 죽였다>는 2019년 방영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 ‘아내의 비밀과 거짓말-고유정은 왜 살인범이 되었나?’ 편에 자극적인 디테일만 가득 덧붙인 수준이다. 가령 <그알>에선 고유정이 전남편 살해 후 김포의 한 마트에서 방진복 등을 구입하다가 덧신을 서비스로 받고 미소 지은 것을 강조하고 방영 후 언론 역시 이를 충격적이라 보도했다. 마찬가지로 <그녀가 죽였다>에선 유족 법률대리인을 통해 살인 이후에 고유정이 펜션 주인에게 ‘감사합니당’, 아들에게 ‘엄마 청소하고 올게용’이라 애교 섞인 말투를 썼다는 디테일을 추가한다. 분명 고유정은 공감 능력이나 도덕 감정이 부족한 악인이자 끔찍한 범죄자이며 조금이라도 이해나 연민을 구할 구석은 없다. 다만 이미 엽기적 과정과 범죄자 신상이 다 공개된 된 사건을 5년이 지난 현재 다시 소환해 그저 이러저런 사소한 디테일을 덧붙여 소름끼치는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구체화하는 것이 대체 이 사건을 새로이 이해하고 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데 어떤 기여를 할지 조금도 알 수 없을 뿐이다.
<그녀가 죽였다> 제작진이 자사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인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자랑한 단독 보도의 역할이 의심스러운 건 그래서다. 1화에선 고유정의 자필 메모와 범행 후 사건 현장을 팔로워 구매 찍은 고유정의 사진이 단독으로 공개되었다. ‘신상공개 가만 안 둔다’ 같은 메모로부터 그의 뻔뻔함을, 현장 사진을 찍어 증거를 남긴 것으로부터 전문가가 지적한 완전범죄가 가능할 것이라는 과도한 자존감에서 비롯된 범행의 퇴행을 읽어낼 수 있다. 하지만 그래서 무엇이 달라지는가. 고유정의 죄의식 부재는 수없이 반복해 소개됐고, 계획범죄에 대한 그의 과신과 태연함 역시 고유정의 사이코패시함을 방증하는 단골 소재였다. 제작진은 여성 범죄의 특이성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고 여자인가 남자인가가 중요하다기보다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 여성 범죄에 집중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밝혔지만, 단독 보도를 통해 여성 범죄의 맥락을 이해할 새로운 통찰이나 사회적 원인을 밝혀내기보단 반복되어 소비되는 고유정의 캐릭터와 그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증폭할 뿐이다. 여성 범죄의 남성 범죄에 비해서 계획적이고 잔혹한 면을 강조하지만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가 친밀한 관계에서의 살인에 대한 사례들을 연구한 <이웃집 살인마>에선 여성들이 일반적으로 배우자보다 작고 약하기 때문에 공격을 당하면 방어하기가 어렵고 그 결과 학대받는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배우자가 취했을 때나 자고 있을 때처럼 취약해졌을 때 살인하느라 정당방위 적용이 어려워지는 부조리에 대해 말한다. 여성 범죄에서의 계획범죄와 고의성을 고유정 같은 악랄함으로 환원하는 건 외려 제작진이 강조한 연구의 디테일을 왜곡한다. 앞으로 <그녀가 죽였다>가 단독 공개할 엄인숙의 사진, 이은해 사건 피해자가 계곡으로 다이빙하기 전 찍힌 동영상 등에 대해서도 비슷한 의문이다. 물론 엄인숙이 미인이라는 것이, 이은해 사건에서 범행 직전의 순간을 직접 확인한다는 것이 어떤 악의 심원에 다가간 기분을 줄 수는 있다. 그리고 이런 기분이야말로 제작진이 여성 범죄에 대한 연구로부터 시청자를 괴리시킨다. 더 자극적이고 은밀한 디테일을 알게 되어 사건의 본질에 접근했다는 잘못된 감각. 이 지점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범죄자 목소리 재현이라는 연출 방식은 상당히 역겨워진다.
고유정이 피해자인 전남편과 함께 찍은 생일 축하 홈비디오로 시작되는 <그녀가 죽였다> 1화는 그가 아이에게 자신을 지칭한 엄마는이라는 말소리를 반복 재생하며 AI로 학습시킨 뒤 고유정의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재현한다. 고유정이고 서른일곱입니다. 피의자 신문조서에서의 발언이다. 이어 말한다. 저는 평범한 삶을 살아왔던 사람이었습니다. 의견서에 있던 문구다. 이 도입부는 <그녀가 죽였다>의 방향성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마치 범죄자가 사건에 대해 진술하는 걸 듣는 듯한 경험은 너무 직접적이라 소름끼친다.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이나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 현장을 누비는 기자 혹은 PD는 사건을 매개하는 전달자의 존재를 가시화한다. 반면 내레이션을 AI가 재현하는 고유정 진술로 대체한 <그녀가 죽였다>는 마치 매개와 해석을 거치지 않고 범죄에 대한 사실을 그대로 마주하는 듯한 경험을 준다. 하지만 두 개의 서로 다른 문서를 더해 마치 고유정의 자기소개처럼 구성한 AI 목소리가 그러하듯, 그것은 사실의 조각을 이어붙인 재구성이다. 마찬가지로 고유정의 범죄 증거들과 범행을 부인하는 그의 목소리를 교차 편집해 그의 뻔뻔함을 강조하는 것 역시 제작진의 선택이자 재구성이다. 재구성과 편집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과연 이런 구성이 사건 이해와 연구에 어떤 도움을 줄지도 알 수 없거니와, 가공되지 않은 사건의 실재를 제공하는 척하며 사건의 팩트들로부터 여성 범죄의 특수성을 해석하고 매개해야 할 제작진의 책무를 교묘히 지워버리는 사기를 치는 게 문제다.
이쯤 되면 제작진이 주장한 선한 의도가 실패했다기보다는 그냥 사후적으로 덧붙인 변명이나 거짓말 혹은 자기기만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무엇보다 굳이 여성 범죄를 따로 다룬 이유를 말하면서 동시에 성별을 떠나서 봐달라는 당부부터 모순적이었다. 그토록 수많은 남성 범죄들 사이에서 고유정과 이은해의 이름이 안 좋은 의미로 상징적 지위를 갖게 되는 것부터 이미 성별에 의해 벌어지는 사건이다. <그녀가 죽였다>에선 엄마로서 아이가 있던 장소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제주도 지역사회의 민심을 다뤘다. 그 분노를 이해 못할 건 아니지만, 2021년 동거녀의 20개월 된 딸을 성폭행하고 학대해 살해한 계부의 사건에 대해선 고유정처럼 가해자 이름이 알려지지도, 어떻게 아빠로서 그럴 수 있느냐는 비난이 따르지도 않았다. 모성의 배반에 유독 공분의 가중치가 붙는 것이 성별과 무관한 일일 수 있을까. <그알>에서 남성들이 저질러온 수많은 흉악범죄를 소개했으면서도 유독 고유정 사건이 가장 충격적이었다던 진행자 김상중의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그녀가 죽였다> 말미 피해자의 사체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폐쇄회로(CC)TV 장면에 대해 담당 형사는 저런 여자가 있구나, 세상 참 무섭다고 했고 제작진은 이 문구를 자막으로도 강조했다. 김상중이 느꼈던 충격도 그것 아니었을까. 저런 ‘여자’가 있다는 것. 수많은 남성 범죄자는 성별과 무관한 범죄자 일반이지만, 여성 범죄자는 저런 ‘여자’이자 천륜을 어긴 엄마로서 충격과 공포의 대상이 된다. 그들이 끔찍한 악인이란 것과 별개로 고유정과 이은해라는 이름이 수많은 남성을 제치고 악마성의 상징적 기호가 되는 과정은 성별을 떠날 수 없으며 실은 그것이 <그녀가 죽였다>가 만들어질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이름 모를 그녀들의 죽음엔 한없이 익숙해지면서.
▼ 위근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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