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주]딱 붙는 여성히어로 옷에는 스턴트우먼이 보호구 넣을 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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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배우 미셸 로드리게즈가 영화 <분노의 질주>를 찍으며 시속 40km로 달리는 가스 운반차 뒤에 매달리는 인스타 좋아요 늘리기 액션 연기를 합니다. 미셸의 촬영이 끝나자, 비로소 ‘진짜 액션’ 촬영이 시작됩니다. 가스 운반차의 속력은 60km로 올라가고, 미셸의 대역인 스턴트우먼은 미셸과 똑같은 포즈로 차 인스타 좋아요 늘리기 뒤에 매달려 있는 듯 하다가 순식간에 백덤블링을 해 옆에서 달리는 다른 차 위로 뛰어내립니다. 이번주 오마주에서 소개할 작품은 티빙에서 볼 수 있는 여성 스턴트 배우들에 관한 다큐멘터리 <액션 우먼 인 헐리우드>(2021)입니다.
여성 스턴트 배우들은 언제부터 등장했을까요. 흔히 스턴트 일은 오래전부터 남성만 했고, 스턴트우먼이 나타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초창기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지금보다 훨씬 강도 높은 액션 연기를 펼치는 여성들이 많습니다. 1880년대 만들어진 어떤 영화에서는 별다른 안전장치도 없이 말을 타고 달리다 전차로 뛰어드는 스턴트우먼이 나오기도 합니다.
다큐멘터리에는 젊은 스턴트우먼부터 이제는 은퇴한 이들까지 여러 명의 인터뷰이가 나옵니다. 메인 인터뷰이 중 한 명인 지니 엡퍼는 1970년대 TV시리즈 <원더우먼>에서 주연 린다 카터의 스턴트 대역을 했습니다.
스턴트는 뛰고, 뛰어내리고, 부딪히고, 날아오르고, 꺾고, 꺾이는 일입니다.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위험하죠. 하지만 스턴트우먼은 스턴트맨은 겪지 않는 고충도 겪습니다. 바로 의상입니다. 2018년 마블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에서 슈퍼히어로 스칼렛 위치 역을 맡은 배우 엘리자베스 올슨이 자신의 의상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했던 것 기억하시나요? 그는 한 인터뷰에서 코르셋처럼 꽉 조이고 가슴이 지나치게 부각되는 자신의 의상을 바꾸고 싶다고 했습니다. 스칼렛 위치 뿐 아니라 원더우먼, 블랙위도우 등 다른 여성 슈퍼히어로가 나올 때마다 비슷하게 제기됐던 문제죠. 이런 의상은 스턴트우먼들에게도 위협이 됩니다. 그런 옷에는 보호구를 넣을 수가 없거든요.
한나 베츠는 <쥬라기 공원> <캡틴 마블> <에이전트 오브 쉴드> 등 다수의 액션 영화에 출연한 스턴트우먼입니다. 그가 촬영 때 몸에 착용하는 보호구라며 보여준 것은 얇은 실리콘 패치입니다. 액션 영화 속 여자 주인공들이 입는 딱 달라붙는 의상 안에는 이것 이상의 보호구를 넣기 어렵습니다. 긴 팔, 긴 바지 안에 온갖 보호구를 넣어서 몸을 보호하는 스턴트맨들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하이힐’을 신고 뛰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탈리안 잡> 등에 출연한 베테랑 스턴트우먼인 도나 에반스는 버스 밑으로 굴러떨어지는 액션 장면을 촬영할 때 얇은 미니 원피스를 입었던 것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는 촬영 전 치마 속에 스카치테이프를 여러 겹 붙여, 떨어졌을 때 치마가 말려 올라가지 않도록 스스로 대비했다고 털어놓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수십년 간 스턴트 업계에서 일 한 여러 명의 목소리를 통해 그동안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까지 조명합니다. 스턴트우먼들은 대부분 여성 배우의 대역을 합니다. 큰 역할이니 좋을 것 같지만, 사실 잘 생각해보면 영화에 주인공보다 더 많이 등장하는 이들이 누구일까요? 엑스트라입니다. 재난 영화에서 무너지는 건물 잔해를 피해 도망치는 이들, 액션 영화에서 총에 맞는 군중 등도 스턴트 배우들입니다. 모두가 주인공의 대역을 할 수 없으니 이런 역할에도 스턴트우먼을 써줘야 먹고 살 수 있는데, 이런 역에는 대부분 스턴트맨들이 고용된다고 합니다.
업계의 문제점만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는 아닙니다. 인터뷰에 응한 스턴트우먼들은 자기 일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차에 치이는 장면’ ‘불에 타는 장면’ 을 찍을 때가 너무 좋다며 눈을 반짝입니다. 85분의 길지 않은 다큐멘터리입니다.
PC한 백인 중산층 부부의 위선···지독한 블랙코미디 ‘더 커스’
선악의 경계를 걷는 형사…오구리 슌의 열연 드라마 ‘보더’
잦은 내전과 지진이 일본인의 마음에 남긴 것···‘쇼군’
오! 지수 ★★★★★ 감탄이 나오는 인터뷰이들의 스턴트 경력
운동 압박 지수 ★★★ 내 몸도 조금은 움직여줘야 하지 않을까
배우 미셸 로드리게즈가 영화 <분노의 질주>를 찍으며 시속 40km로 달리는 가스 운반차 뒤에 매달리는 인스타 좋아요 늘리기 액션 연기를 합니다. 미셸의 촬영이 끝나자, 비로소 ‘진짜 액션’ 촬영이 시작됩니다. 가스 운반차의 속력은 60km로 올라가고, 미셸의 대역인 스턴트우먼은 미셸과 똑같은 포즈로 차 인스타 좋아요 늘리기 뒤에 매달려 있는 듯 하다가 순식간에 백덤블링을 해 옆에서 달리는 다른 차 위로 뛰어내립니다. 이번주 오마주에서 소개할 작품은 티빙에서 볼 수 있는 여성 스턴트 배우들에 관한 다큐멘터리 <액션 우먼 인 헐리우드>(2021)입니다.
여성 스턴트 배우들은 언제부터 등장했을까요. 흔히 스턴트 일은 오래전부터 남성만 했고, 스턴트우먼이 나타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초창기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지금보다 훨씬 강도 높은 액션 연기를 펼치는 여성들이 많습니다. 1880년대 만들어진 어떤 영화에서는 별다른 안전장치도 없이 말을 타고 달리다 전차로 뛰어드는 스턴트우먼이 나오기도 합니다.
다큐멘터리에는 젊은 스턴트우먼부터 이제는 은퇴한 이들까지 여러 명의 인터뷰이가 나옵니다. 메인 인터뷰이 중 한 명인 지니 엡퍼는 1970년대 TV시리즈 <원더우먼>에서 주연 린다 카터의 스턴트 대역을 했습니다.
스턴트는 뛰고, 뛰어내리고, 부딪히고, 날아오르고, 꺾고, 꺾이는 일입니다.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위험하죠. 하지만 스턴트우먼은 스턴트맨은 겪지 않는 고충도 겪습니다. 바로 의상입니다. 2018년 마블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에서 슈퍼히어로 스칼렛 위치 역을 맡은 배우 엘리자베스 올슨이 자신의 의상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했던 것 기억하시나요? 그는 한 인터뷰에서 코르셋처럼 꽉 조이고 가슴이 지나치게 부각되는 자신의 의상을 바꾸고 싶다고 했습니다. 스칼렛 위치 뿐 아니라 원더우먼, 블랙위도우 등 다른 여성 슈퍼히어로가 나올 때마다 비슷하게 제기됐던 문제죠. 이런 의상은 스턴트우먼들에게도 위협이 됩니다. 그런 옷에는 보호구를 넣을 수가 없거든요.
한나 베츠는 <쥬라기 공원> <캡틴 마블> <에이전트 오브 쉴드> 등 다수의 액션 영화에 출연한 스턴트우먼입니다. 그가 촬영 때 몸에 착용하는 보호구라며 보여준 것은 얇은 실리콘 패치입니다. 액션 영화 속 여자 주인공들이 입는 딱 달라붙는 의상 안에는 이것 이상의 보호구를 넣기 어렵습니다. 긴 팔, 긴 바지 안에 온갖 보호구를 넣어서 몸을 보호하는 스턴트맨들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하이힐’을 신고 뛰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탈리안 잡> 등에 출연한 베테랑 스턴트우먼인 도나 에반스는 버스 밑으로 굴러떨어지는 액션 장면을 촬영할 때 얇은 미니 원피스를 입었던 것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는 촬영 전 치마 속에 스카치테이프를 여러 겹 붙여, 떨어졌을 때 치마가 말려 올라가지 않도록 스스로 대비했다고 털어놓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수십년 간 스턴트 업계에서 일 한 여러 명의 목소리를 통해 그동안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까지 조명합니다. 스턴트우먼들은 대부분 여성 배우의 대역을 합니다. 큰 역할이니 좋을 것 같지만, 사실 잘 생각해보면 영화에 주인공보다 더 많이 등장하는 이들이 누구일까요? 엑스트라입니다. 재난 영화에서 무너지는 건물 잔해를 피해 도망치는 이들, 액션 영화에서 총에 맞는 군중 등도 스턴트 배우들입니다. 모두가 주인공의 대역을 할 수 없으니 이런 역할에도 스턴트우먼을 써줘야 먹고 살 수 있는데, 이런 역에는 대부분 스턴트맨들이 고용된다고 합니다.
업계의 문제점만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는 아닙니다. 인터뷰에 응한 스턴트우먼들은 자기 일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차에 치이는 장면’ ‘불에 타는 장면’ 을 찍을 때가 너무 좋다며 눈을 반짝입니다. 85분의 길지 않은 다큐멘터리입니다.
PC한 백인 중산층 부부의 위선···지독한 블랙코미디 ‘더 커스’
선악의 경계를 걷는 형사…오구리 슌의 열연 드라마 ‘보더’
잦은 내전과 지진이 일본인의 마음에 남긴 것···‘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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