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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나를 숨겨야 하는 곳으로”…퀴어축제 뒤 우울감 호소하는 성 소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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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진주꽃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48회   작성일Date 24-06-1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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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제를 마치고 돌아올 때면, 늘 가족들이 다 잠든 새벽에 도둑고양이처럼 들어와야 했어요. ‘거짓말로 이뤄진 관계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 탓에, 축제에서의 행복이 모두 사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하리보(27·활동명)는 1년에 한 번 스스럼없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서울퀴어문화축제(퀴어축제)가 끝나면 늘 우울감에 시달렸다. 그는 우울함이 1, 즐거움이 10이라면 평소 5이던 기분이 축제 뒤엔 2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축제 현장에 가득했던 지지와 인정은 인스타 팔로워 현실에는 없었다. 가족에게도 성 정체성을 밝히지 못한 하리보는 퀴어축제에 참여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매번 축제가 끝나고 우울감으로 병원을 찾았다. 부모에게서 독립한 올해 처음으로 그는 우울하지 않았다고 인스타 팔로워 했다. 집에 돌아와 축제에서 받은 물품을 거실에 늘어놓았을 때 그동안 늘 축제 물품을 숨기고 들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축제의 만족감이 사라지지 않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며 축제 뒤의 우울감은 다시 나를 숨겨야 할 때 찾아오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4일 만난 다른 성 소수자들도 하리보와 비슷한 얘기를 했다. 지난 1일 열린 퀴어축제가 끝나고 우울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이들은 우울증은 나를 부정하는 곳으로 가야 할 때 생긴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펠릭스(33·활동명)는 지난해 축제 후 일주일 넘게 우울했다고 했다. ‘주말에 무엇을 했냐’는 직장 동료의 질문에 선뜻 답할 수 없었다. 그는 원래의 나를 드러내지 못한다는 생각에 고립감을 느꼈다며 회사에 다니며 매일 스스로 닳는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7년을 일해온 직장을 최근 관둔 그는 새 직장에서는 당당히 성 정체성을 밝혀볼 것이라고 했다.
    일상에서 겪는 조롱과 혐오 또한 이들을 더 낙담케 하는 요소다. 민티(29·활동명)는 2018년 축제가 끝난 거리에서 여자끼리 사귀나 봐. 더러워라는 말을 들었다. 민티는 나는 손을 잡았다고 욕을 듣는데, 헤테로(이성애자)는 길에서 손잡고 가는 게 당연했다며 퀴어축제라는 안전한 울타리 밖으로 벗어난 기분이었다고 했다. 김김(26·활동명)도 성 소수자를 향한 조롱을 접할 때마다 위축되는 게 사실이라며 축제에서조차 나를 검열하게 될 정도로 무기력했다고 말했다.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집단으로의 소속감은 성 소수자들이 우울감을 덜어내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 펠릭스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행성인)’에 가입한 후 우울감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행성인에 가입한 후 축제장에서 벗어나더라도 나와 연결된 사람이 많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하리보가 퀴어축제 후 처음 행사물품을 펼쳐둔 공간 역시 성 소수자 친구들과 함께 사는 집이었다.
    축제 뒤 인스타 팔로워 찾아올 우울감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앞으로도 축제로 향하겠다고 말했다. 예예(16·활동명)는 퀴어축제에 대해 내 정체성을 인정하는 이들, 그들의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나를 느낄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라고 했다. 하리보는 30대가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라며 이번 축제에서 어린 친구들이 많이 보였다. 앞으로의 축제에서 그들에게 나이가 들어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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