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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와 삶]요리와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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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진주꽃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323회   작성일Date 24-06-1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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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밤중에 뭘 또 만들어? 방문을 열고 나오며 형이 묻는다. 별도리가 없다는 듯 씩 웃고 만다. 도마 위에는 토막 난 애호박과 양파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오늘도 글이 잘 안 풀린 거야? 형이 다시 묻는다. 나는 여전히 웃고 있다. 곧바로 들기름을 두르고 프라이팬 위에서 지지고 볶는 시간이 이어진다. 다진 마늘을 듬뿍 넣고 새우젓을 넣어 간을 맞춘다. 이윽고 완성된 애호박볶음 위에 통깨를 솔솔 뿌린다. 오밤중에 뭘 또 만드는 시간이 끝났다. 시계를 보니 고작 20분 정도가 지났다.
    원고가 잘 안 풀리거나 다 쓴 원고가 영 마음에 들지 않을 때면 요리에 돌입한다. 요즘 들어 요리하는 횟수가 부쩍 늘어난 것을 보니 헛웃음이 난다. 글쓰기 실력이 늘어야 하는데 요리 실력만 향상되고 있다. 20분 만에 내일의 밑반찬이 생겼다는 뿌듯함도 잠시, 오늘 하루도 공쳤다는 슬픔이 찾아온다. 글쓰기는 왜 매번 어려울까. 앉은자리에서 뚝딱 완성되는 기적은 평생 일어나지 않을 셈인가. 그럼에도 나는 왜 쓰는 일에 이리도 안달복달 매달리는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다 보면 언젠가 독의 밑이 밑반찬처럼 생겨날 거라 믿는 것인가.
    언젠가 형이 물은 적이 있었다. 글을 쓰고 온 날이면 무척 피로할 텐데 왜 그렇게 요리에 매달리느냐고. 이건 완성이 되잖아. 즉각적으로 튀어 나간 말이다. 싱겁든 짜든, 설익었든 푹 익었든 적어도 먹을 수는 있잖아. 지금 돌이켜보니 이는 분명 나 자신에게 한 말이다. 글을 쓰고 난 다음에 찾아오는 성취감을 나는 요리를 통해서 얻으려고 했던 것이다. 오늘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요리는 음식이라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나타나니까.
    요리하는 과정과 글 쓰는 과정은 묘하게 닮았다. 요리할 때 식재료를 준비해야 하듯,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일상의 장면이나 단어를 그러모아야 한다. 식재료가 조리법에 따라 다양한 요리로 탄생하듯, 특정 소재가 어떤 장르의 글이 되느냐에 따라 글의 양상도 사뭇 달라진다. 처음 마주한 식재료 앞에서 난감하듯, 퍼뜩 떠오른 아이디어 앞에서 그것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심하기도 한다. 익숙한 요리라고 해서 매번 맛이 같은 것은 아니다. 지난번과 똑같은 과정을 거쳤더라도 간이든 질감이든 맛이 묘하게 다르다. 글 또한 마찬가지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 관해 쓰더라도 이전과 완전히 똑같이 쓸 수는 없다. 그사이 풍경도 변하고, 그 풍경에 깃드는 시선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요리와 관련된 동사를 떠올린다. 까다, 썰다, 저미다, 빻다, 으깨다, 갈다, 섞다, 붓다, 젓다, 녹이다, 굽다, 볶다, 튀기다, 찌다, 끓이다, 쑤다, 무치다, 부치다, 절이다, 조리다, 삶다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식재료라는 명사와 위의 동사가 요리라는 명사로 탄생하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뿌듯하다. 맛있다, 훌륭하다, 환상적이다 등의 형용사가 절로 따라온다면 기쁨은 배가될 것이다. 튀긴 음식이 기름 위로 고개를 내밀 듯 금세 완성되는 글도 있지만, 찌거나 삶는 것처럼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는 글도 있다. 죽을 쑬 때처럼 젓기를 멈추어서는 안 되는 글도 있다. 절여야 음식으로 완성되는 식재료처럼, 진득하게 기다려야 글로 탄생하는 소재도 있다.
    공간에 머무는 기억
    홍대 앞과 강남의 기분
    용기에 대하여
    더 알맞게 만들기 위해 조미료를 사용하는 것처럼, 나 또한 글 쓸 때 부사를 그런 방식으로 활용한다. 요리에도 글쓰기에도 적재적소가 필요하다. 막 완성된 음식을 맛보고 아!하고 탄성을 내뱉듯, 글쓰기의 마지막에 늘 감탄사가 깃들길 염원한다. 슬픈 일은 쓴다고 해서 다 읽을 만한 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글을 쓰면서 나는 역설적으로 먹을 만한 음식이 얼마나 귀한지 깨닫게 되었다.
    읽을 만한 글을 쓰는 사람은 쓸 만한 사람일까, 오늘도 생각한다.
    다음주부터 의료계의 무기한 휴진과 집단 휴진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와 국회가 의료계 요구사항을 듣기 위한 대화자리를 속속 마련하고 있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의·정 갈등 국면에서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의사 노쇼는 불법이라며 엄정대응 방침을 내세우면서도, 의료계의 수련규정 변경 요구 등을 검토하며 수습책도 검토하고 있다.
    13일 국회와 의료계 등의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오는 16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와 만나기로 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시작하기 하루 전날이다. 국회 복지위 관계자는 국회가 상황을 중재해야한다는 인식은 예전부터 있었고, 집단휴진 예고 등 상황이 심각하게 굴러가고 있으니 복지위 구성이 되자마자 민주당 의원들이 중심이 돼 먼저 만남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오승원 서울대병원 교수는 국회 복지위에서 먼저 만남 제안이 와서 동의했다며 현재 병원과 의대의 상황, 저희의 요구조건을 설명하고 국회의 역할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부도 의료계와 비공식 대화 자리를 계속 마련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복지부는 수련병원들에 비대면 간담회를 요청했다. 이날 수련병원 기획조정실장과 수련부장들은 복지부에 사직 전공의들이 재수련을 받을 경우 이른 복귀를 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풀어달라고 건의했다.
    ‘전공의 임용시험 지침’상 수련 기간 도중 사직한 전공의는 1년 이내에 같은 과목, 같은 연차에 복귀할 수 없다. 전공의 선발은 통상적으로 매해 3월에 진행하고, 9월에 결원분만 소폭 임용한다. 이때문에 6월 사직서가 수리된 전공의들은 규정대로면 2026년 3월에나 돌아올 수 있다. 이들이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올해 9월이나 내년 3월에 수련을 시작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것이 병원 측의 요구다.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퇴직금 정산을 위해 퇴직 시점을 사직서 수리명령이 철회된 6월이 아닌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난 2월로 해달라고도 건의했다.
    복지부는 아직은 의견을 청취하고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료계를 대변할 수 있는 단체와는 비공식적으로 채널을 가동해 계속 대화하고 있다며 지금 막 대화가 시작됐기 때문에 실무 차원에서 논의되는 구체적인 내용은 향후 어느 정도 진정이 되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 요구를 청취하는 것과는 별개로 정부는 예고된 휴진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지자체와 협력해 총 3만6000여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진료명령과 휴진신고명령을 완료했다. 이날부터 집단휴진 피해 사례에 대한 피해신고지원센터의 업무 범위를 의원급까지 확대했다. 전 실장은 의료계 휴진 예고에 집단 진료거부를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저버리는 행위이며, 전공의 복귀를 어렵게 하고 의료 정상화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한의사협회 주도의 집단휴진이 예고된 오는 18일에는 의원들을 대상으로 오전, 오후 두 차례에 걸쳐 당일진료를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정기휴진 등 정당한 사유 없이 이미 예약이 된 환자에게 일방적으로 진료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 의료법이 금지하는 진료 거부에 해당할 수 있다. 전 실장은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비상진료체계를 굳건히 유지하면서 불법행위에는 엄정 대응할 것이라며 환자가 아니라 의사가 노쇼(no show·일방적 예약취소) 하면 안 되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 등을 시작으로 17일부터 휴진에 돌입하는 의대 교수들에 대해서는 행정명령을 내리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전 실장은 기존에도 그런 결정(휴진)을 하고도 실질적으로 대부분 교수님들이 진료를 했다며 제때 수술을 못 받거나 병이 더 위중해진다든지 하는 경우가 발생이 많이 되면 막기 위한 조치는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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