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대구경북신공항을 ‘박정희 공항’으로?…시민단체 “시대착오적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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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 중인 대구경북신공항을 ‘박정희공항’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과 관련해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찬성 의사를 내비쳤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도 신공항을 박정희공항으로 명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공항 명칭 변경이 급물살 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독재자의 이름을 국제공항의 명칭으로 사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박정희 우상화’를 그만둘 것을 요구했다.
허복 경북도의원은 지난 11일 제347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구미만의 전유물이 아닌 경북과 대한민국의 상징이자 정신이라며 신공항 명칭을 박정희공항으로 명명할 것을 촉구했다.
허 의원은 외국의 경우 프랑스 파리의 샤를드골 국제공항, 미국 뉴욕의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국제공항과 같이 대통령과 위인의 이름으로 공항을 브랜드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상 공항 명칭을 정할 때 인천공항 등 공항이 위치한 지명에 따라 공항 명칭이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허 의원의 주장에 대해 이철우 지사는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저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없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고 답했다. 이어 공항이 건설되는 시기에 시·도민 여론을 물어 가장 선호하는 공항명을 정하면 된다. 국민적 공감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도 신공항을 박정희공항으로 명명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홍 시장은 지난 국민의힘 대선후보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경선이 치러지던 2021년 9월 대구 중구에서 ‘TK 재도약 5대 공약’을 발표하며 신공항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박정희 공항’으로 명명하겠다고 밝혔다.
두 광역자치단체장의 의견이 일치하면서 신공항 명칭 변경도 대구경북행정통합과 같이 급물살을 타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온다.
‘TK 통합’ 구상은 2019년 이 지사와 권영진 전 대구시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다 홍 시장 취임과 코로나19 확산, 지방선거 등을 거치며 논의가 중단됐다. 홍 시장은 취임 이후 통합에 반대했으나 지난달 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TK 통합을 제안했다.
이에 이 지사는 다음날인 19일 홍 시장이 행정통합에 부정적 의사를 바꿔 적극적 통합을 주장해 매우 다행스럽다며 환영의 뜻을 밝히며 통합이 급속도로 추진됐다. 지난 4일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우동기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 등과 함께 첫 ‘4자 회동’을 거쳐 2026년 7월1일 대구경북 통합 자치단체 출범이라는 목표도 만들었다.
TK신공항을 박정희공항으로 바꾸자는 주장이 정치권의 단골 메뉴라는 점도 명칭 변경의 명분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둔 지난해 2월1일 김기현 의원은 대구 서문시장에서 출정식을 열고 민주당 정권이 박정희 대통령, 박정희 정신을 늘 홀대했다며 신공항의 이름을 박정희공항으로 만들어서 후세 대대로 대구·경북의 자존심을 지켜나가는 중심센터가 되도록 해야겠다고 주장했다.
김장호 구미시장도 같은달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구미 사곡역을 ‘박정희 생가역’으로 역명을 바꾸는 것에 반대하자 (박 전 대통령의 예우 차원에서) 인천공항을 박정희 공항으로 바꾸는 등의 아이디어가 추진되길 희망한다고 항의성 발언을 자신의 SNS 남겼다.
지역 시민단체는 세계인이 드나드는 국제공항에 독재자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독재자와 인권탄압을 연상시키는 박정희라는 명칭을 사용하면 세계 시민사회에서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며 세계로, 미래로 나아가야 할 신공항에 퇴행적 인물의 이름을 쓰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엄창옥 박정희우상화반대범시민운동본부 대표(경북대 명예교수)도 박정희 기념사업은 논쟁적인 인물에 대한 일부 인사들의 지지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라며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의 고통을 이겨낸 민중의 피땀을 무시하는 작태이고 탈법적 탄압을 당한 민주주의 인사들을 두 번 죽이는 범죄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는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 대구대표도서관 공원을 ‘박정희 공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14억여 원을 들여 박정희 동상 건립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도도 최근 경주 관광역사공원에 박정희·박근혜 동상과 대형 친필 휘호 조형물을 설치하고 보물인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 조형물 뒤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초대형 얼굴 조형물을 세웠다.
구부정한 몸이 하얀 도화지 앞에 앉았다. 주름진 손이 도화지 위를 스치며 서걱이는 소리를 낸다. 목탄으로 흘린 선들은 이내 아카시아 나무가 되었다. 초록으로 물들인 나뭇가지 위에 연분홍빛 물감을 입히는 눈빛이 사뭇 진지하다.
태풍에 부러지카 부댄 그림으로 바타준거주(태풍에 부러진 나무를 그림으로 받쳐준 거죠)
올해 여든다섯의 김인자 할망(할머니)이 연필을 들고 자신의 마음을 또박또박 눌러쓴다. 세 시간을 꼼짝 않고 그린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지난달 27일 제주 조천읍 선흘마을. 네 명의 할망들이 ‘그림 선생’ 집에 모였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저마다 사는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다 선생이 삼춘(남녀 구분 없이 동료나 이웃을 친근하게 부르는 제주 방언) 우리 이제 그림 그려볼까? 하며 웃음 짓자 약속이나 한 듯 이젤(그림을 그릴 때 그림판을 놓는 틀)을 펼쳤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할망들의 그림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수업은 이곳에선 익숙한 풍경이다.
할망들과 그림 선생인 최소연 작가의 인연은 2021년 봄에 시작됐다. 최 작가는 대안학교인 볍씨학교 그림 수업을 위해 학생들과 함께 홍태옥 할망 집을 찾았다. 수업 중 마당에 놓인 이젤 위 목탄을 보며 무시건(이게 뭐야)? 하고 묻는 할망에게 나뭇가지를 태워 만든 그림 그리는 도구에요라고 답했다. 최 작가를 흘끔 바라보던 홍 할망은 나도 기리보까 하며 목탄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허공에 이리저리 손을 저어보다 미끌어지듯 백지 위로 들어갔다.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이후 최 작가는 할망들의 그림 선생이 되었다. 현재 ‘할머니의 그림수업’이라는 이름의 그림 수업은 12명의 선흘마을 할망들과 함께 네 번째 해를 보내고 있다.
평균나이 여든일곱. 일제 강점기에 태어난 이들은 제주라는 ‘광야’에서 질곡 진 근현대사의 광풍을 온몸으로 버티며 살았다. 4·3 등 험난한 세월을 지내느라 글을 배우지 못해 마음 속에 접어두어야만 했던 생각들은 이제 그림이 되어 세상의 빛을 보고 있다. 그림에 흠뻑 빠진 할망들의 집 곳곳에는 그간 그린 그림들이 흩어져 있다. 평생을 참아온, 선과 물감으로 쓴 일기다.
이날 그림 수업이 끝난 뒤 오가자 할망은 집으로 돌아가 빛바랜 엄마 사진을 꺼냈다. 할망은 2년 전에 그린 그림 <엄마한테 보내는 그림, 보리콩>에 이렇게 썼다.
엄마 보고 싶다
엄마는 나 보고 싶지 않아
엄마 나 머하고 있는지 알아
어제 저녁에 보리콩
올 안에 시월딸에(울타리 안에 시월달에) 심은 거
따서 삶아 먹었읍니다
껍질 속에 알맹이 다섯 개
까 먹었습니다
여러개 까 먹고
나는 엄마 생각하면서 눈물이 납니다
2022 5월 이십날 오가자
80년 넘게 묵힌 마음에서 길어 올린 문장들은 투박하지만 묵직한 울림을 준다. 최소연 작가는 할머니들과의 작업은 수업이라기보다는 그림 그리는 인류와 만나는 느낌이라 늘 반가워요. 그림은 기록이자 오늘과 순간을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사담을 나누다가도 그림에 몰입하는 순간 변하는 할머니의 눈빛을 보며 경외감을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종이가 경(여기) 있으니까 호끔 기렸지(그렸지) 라고 말하는 할망들과 할머니라는 인류에게 그림을 가르치는 것이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이 삶의 마지막 임무라는 그림 선생. 두 번의 전시를 치르는 동안 서로의 눈만 봐도 척척 통하는 사이가 됐다. 선흘마을에 뿌리내린 ‘그림 인류’의 다음 전시는 올 하반기로 계획돼 있다.
▼ 사진·글 성동훈 기자 zenism@khan.kr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독재자의 이름을 국제공항의 명칭으로 사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박정희 우상화’를 그만둘 것을 요구했다.
허복 경북도의원은 지난 11일 제347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구미만의 전유물이 아닌 경북과 대한민국의 상징이자 정신이라며 신공항 명칭을 박정희공항으로 명명할 것을 촉구했다.
허 의원은 외국의 경우 프랑스 파리의 샤를드골 국제공항, 미국 뉴욕의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국제공항과 같이 대통령과 위인의 이름으로 공항을 브랜드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상 공항 명칭을 정할 때 인천공항 등 공항이 위치한 지명에 따라 공항 명칭이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허 의원의 주장에 대해 이철우 지사는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저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없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고 답했다. 이어 공항이 건설되는 시기에 시·도민 여론을 물어 가장 선호하는 공항명을 정하면 된다. 국민적 공감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도 신공항을 박정희공항으로 명명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홍 시장은 지난 국민의힘 대선후보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경선이 치러지던 2021년 9월 대구 중구에서 ‘TK 재도약 5대 공약’을 발표하며 신공항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박정희 공항’으로 명명하겠다고 밝혔다.
두 광역자치단체장의 의견이 일치하면서 신공항 명칭 변경도 대구경북행정통합과 같이 급물살을 타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온다.
‘TK 통합’ 구상은 2019년 이 지사와 권영진 전 대구시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다 홍 시장 취임과 코로나19 확산, 지방선거 등을 거치며 논의가 중단됐다. 홍 시장은 취임 이후 통합에 반대했으나 지난달 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TK 통합을 제안했다.
이에 이 지사는 다음날인 19일 홍 시장이 행정통합에 부정적 의사를 바꿔 적극적 통합을 주장해 매우 다행스럽다며 환영의 뜻을 밝히며 통합이 급속도로 추진됐다. 지난 4일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우동기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 등과 함께 첫 ‘4자 회동’을 거쳐 2026년 7월1일 대구경북 통합 자치단체 출범이라는 목표도 만들었다.
TK신공항을 박정희공항으로 바꾸자는 주장이 정치권의 단골 메뉴라는 점도 명칭 변경의 명분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둔 지난해 2월1일 김기현 의원은 대구 서문시장에서 출정식을 열고 민주당 정권이 박정희 대통령, 박정희 정신을 늘 홀대했다며 신공항의 이름을 박정희공항으로 만들어서 후세 대대로 대구·경북의 자존심을 지켜나가는 중심센터가 되도록 해야겠다고 주장했다.
김장호 구미시장도 같은달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구미 사곡역을 ‘박정희 생가역’으로 역명을 바꾸는 것에 반대하자 (박 전 대통령의 예우 차원에서) 인천공항을 박정희 공항으로 바꾸는 등의 아이디어가 추진되길 희망한다고 항의성 발언을 자신의 SNS 남겼다.
지역 시민단체는 세계인이 드나드는 국제공항에 독재자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독재자와 인권탄압을 연상시키는 박정희라는 명칭을 사용하면 세계 시민사회에서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며 세계로, 미래로 나아가야 할 신공항에 퇴행적 인물의 이름을 쓰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엄창옥 박정희우상화반대범시민운동본부 대표(경북대 명예교수)도 박정희 기념사업은 논쟁적인 인물에 대한 일부 인사들의 지지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라며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의 고통을 이겨낸 민중의 피땀을 무시하는 작태이고 탈법적 탄압을 당한 민주주의 인사들을 두 번 죽이는 범죄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는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 대구대표도서관 공원을 ‘박정희 공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14억여 원을 들여 박정희 동상 건립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도도 최근 경주 관광역사공원에 박정희·박근혜 동상과 대형 친필 휘호 조형물을 설치하고 보물인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 조형물 뒤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초대형 얼굴 조형물을 세웠다.
구부정한 몸이 하얀 도화지 앞에 앉았다. 주름진 손이 도화지 위를 스치며 서걱이는 소리를 낸다. 목탄으로 흘린 선들은 이내 아카시아 나무가 되었다. 초록으로 물들인 나뭇가지 위에 연분홍빛 물감을 입히는 눈빛이 사뭇 진지하다.
태풍에 부러지카 부댄 그림으로 바타준거주(태풍에 부러진 나무를 그림으로 받쳐준 거죠)
올해 여든다섯의 김인자 할망(할머니)이 연필을 들고 자신의 마음을 또박또박 눌러쓴다. 세 시간을 꼼짝 않고 그린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지난달 27일 제주 조천읍 선흘마을. 네 명의 할망들이 ‘그림 선생’ 집에 모였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저마다 사는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다 선생이 삼춘(남녀 구분 없이 동료나 이웃을 친근하게 부르는 제주 방언) 우리 이제 그림 그려볼까? 하며 웃음 짓자 약속이나 한 듯 이젤(그림을 그릴 때 그림판을 놓는 틀)을 펼쳤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할망들의 그림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수업은 이곳에선 익숙한 풍경이다.
할망들과 그림 선생인 최소연 작가의 인연은 2021년 봄에 시작됐다. 최 작가는 대안학교인 볍씨학교 그림 수업을 위해 학생들과 함께 홍태옥 할망 집을 찾았다. 수업 중 마당에 놓인 이젤 위 목탄을 보며 무시건(이게 뭐야)? 하고 묻는 할망에게 나뭇가지를 태워 만든 그림 그리는 도구에요라고 답했다. 최 작가를 흘끔 바라보던 홍 할망은 나도 기리보까 하며 목탄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허공에 이리저리 손을 저어보다 미끌어지듯 백지 위로 들어갔다.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이후 최 작가는 할망들의 그림 선생이 되었다. 현재 ‘할머니의 그림수업’이라는 이름의 그림 수업은 12명의 선흘마을 할망들과 함께 네 번째 해를 보내고 있다.
평균나이 여든일곱. 일제 강점기에 태어난 이들은 제주라는 ‘광야’에서 질곡 진 근현대사의 광풍을 온몸으로 버티며 살았다. 4·3 등 험난한 세월을 지내느라 글을 배우지 못해 마음 속에 접어두어야만 했던 생각들은 이제 그림이 되어 세상의 빛을 보고 있다. 그림에 흠뻑 빠진 할망들의 집 곳곳에는 그간 그린 그림들이 흩어져 있다. 평생을 참아온, 선과 물감으로 쓴 일기다.
이날 그림 수업이 끝난 뒤 오가자 할망은 집으로 돌아가 빛바랜 엄마 사진을 꺼냈다. 할망은 2년 전에 그린 그림 <엄마한테 보내는 그림, 보리콩>에 이렇게 썼다.
엄마 보고 싶다
엄마는 나 보고 싶지 않아
엄마 나 머하고 있는지 알아
어제 저녁에 보리콩
올 안에 시월딸에(울타리 안에 시월달에) 심은 거
따서 삶아 먹었읍니다
껍질 속에 알맹이 다섯 개
까 먹었습니다
여러개 까 먹고
나는 엄마 생각하면서 눈물이 납니다
2022 5월 이십날 오가자
80년 넘게 묵힌 마음에서 길어 올린 문장들은 투박하지만 묵직한 울림을 준다. 최소연 작가는 할머니들과의 작업은 수업이라기보다는 그림 그리는 인류와 만나는 느낌이라 늘 반가워요. 그림은 기록이자 오늘과 순간을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사담을 나누다가도 그림에 몰입하는 순간 변하는 할머니의 눈빛을 보며 경외감을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종이가 경(여기) 있으니까 호끔 기렸지(그렸지) 라고 말하는 할망들과 할머니라는 인류에게 그림을 가르치는 것이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이 삶의 마지막 임무라는 그림 선생. 두 번의 전시를 치르는 동안 서로의 눈만 봐도 척척 통하는 사이가 됐다. 선흘마을에 뿌리내린 ‘그림 인류’의 다음 전시는 올 하반기로 계획돼 있다.
▼ 사진·글 성동훈 기자 zenism@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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